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차량 간, 그리고 차량과 인프라 간 실시간 통신을 뜻하는 V2X(Vehicle-to-Everything)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니라, 자율주행의 한계를 보완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차량 간 통신(V2X) 반도체 전문기업인 에티포스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ndustryARC이 최근 발표한 ‘V2X Chipset Market’ 보고서에 주요 기업으로 공식 등재되며 기술 경쟁력을 인정 받았다. 이에 V2X 시장을 짚어보고, 에티포스의 기술력을 살펴봤다.

▲에티포스가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아우디와 교통 인프라 전문기업 캡쉬트래픽콤과 함께 V2X 기반 통행료 원격 결제 기술을 실도로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자율주행 레벨3 이상 센서만으로 안전성 어려워, V2X 필요성 확산
에티포스, SDM 기술 기반 시장 접근·시장 구조적 문제 극복 장점
[편집자주]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차량 간, 그리고 차량과 인프라 간 실시간 통신을 뜻하는 V2X(Vehicle-to-Everything)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니라, 자율주행의 한계를 보완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차량 간 통신(V2X) 반도체 전문기업인 에티포스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ndustryARC이 최근 발표한 ‘V2X Chipset Market’ 보고서에 주요 기업으로 공식 등재되며 기술 경쟁력을 인정 받았다. 이에 V2X 시장을 짚어보고, 에티포스의 기술력을 살펴봤다.
V2X 칩셋 시장은 2021년 5.2억 달러에서 2025년 18.5억 달러까지 확대되며 약 4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5G 통신망 확산이 임계점을 넘었고, 각국 정부가 교통 안전과 스마트시티 정책의 일환으로 V2X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주행 레벨3 이상의 상용화 과정에서 차량 센서만으로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차량 간 협력 인식을 가능케 하는 V2X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 경쟁 구도도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한때 경쟁하던 DSRC 방식은 사실상 퇴장 수순을 밟았고, 기존 이동통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C-V2X가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V2X 시장은 초기 기술 경쟁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와 점유율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퀄컴이다.
퀄컴은 V2X 전용 칩 개발사 Autotalks를 인수하며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반면에 이 인수는 각국의 반독점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자극했고, 결과적으로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키우는 역설을 낳았다.
완성차 업체와 정부 입장에서는 단일 기업 의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플레이어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국내 스타트업 에티포스다.
2018년 설립된 이 회사는 V2X 전용 반도체와 통신 장비를 동시에 개발하는 드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정의 모뎀(SDM)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에티포스의 V2X 칩셋 ESAC이 적용된 제품
핵심은 ‘소프트웨어 정의 모뎀(SDM)’ 기술이다.
기존 V2X 장비는 LTE와 5G 규격이 하드웨어 수준에서 분리돼 있어, 세대 전환 시 인프라를 통째로 교체해야 했다.
반면에 에티포스는 무선 통신의 물리 계층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OTA 업데이트만으로 LTE-V2X에서 5G-V2X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 방식은 인프라 교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겨냥한 해법이다.
이 기술은 실제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에티포스의 핵심 칩셋 ‘ESAC(Ettifos SIRIUS Accelerator Chip)’은 LTE-V2X와 5G-V2X를 동시에 지원하는 전용 ASIC으로,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차세대 통신 표준에 대응할 수 있다.
단순한 구조 혁신을 넘어 성능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해당 칩은 시험 환경에서 1.8밀리초 수준의 초저지연과 1.7km 이상의 통신거리를 기록하며, 차량 간 실시간 데이터 교환에 필요한 수준을 충족했다.
또한 에티포스는 ‘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자체 모뎀 IP, 프로토콜 스택, RSU(도로변 장치), OBU(차량 장치)까지 포함한 엔드투엔드 V2X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품 공급이 아닌 시스템 단위로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으로, 초기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특히 글로벌 호환성 확보도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다. 에티포스는 자사 모뎀을 퀄컴 칩과 직접 연동하는 시험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검증했고, 글로벌 업체들과의 실증을 통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통신을 넘어 자율주행의 핵심 기능으로 이어진다.
5G V2X는 100Mbps 이상의 데이터 전송과 수 밀리초 단위 지연을 통해 차량 간 판단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센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360도 인식’이 가능해진다.
결국 에티포스의 경쟁력은 ‘기술의 방향성’에 있다.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을 정확히 짚었고, 이를 반도체·장비·플랫폼으로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공공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며 실증 사례를 확보한 점은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의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도 에티포스의 전략은 유효하다.
V2X 산업은 초기 단계에서 칩 수요보다 인프라 장비 수요가 먼저 증가하는 특성을 보인다.
즉, 도로에 설치되는 통신 장치가 확대되어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RSU 중심으로 시장 진입 이후 모뎀 칩으로 확장하는 접근은 타이밍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V2X 시장은 여전히 정부 인프라 투자 속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국가별 표준 차이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또한 스타트업인 에티포스 입장에서는 대규모 양산 경험과 공급 안정성을 검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큰 방향성은 명확하다.
자율주행이 고도화될수록 차량은 ‘개별 센서’가 아니라 ‘연결된 네트워크’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이 변화의 중심에 V2X가 있고, 그 핵심에는 통신 반도체가 있다.
결국 향후 V2X 시장의 승자는 단순히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 단계와 상용화 타이밍을 정확히 읽고 공급망 구조 속에서 위치를 확보한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티포스는 아직 작은 플레이어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변곡점 위에 올라선 몇 안 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